분류 전체보기 (132) 썸네일형 리스트형 가을 가을은 맑은 새벽이슬 곱게 머금은 코스모스 달콤한 속삭임에 잠깨고 가을은 시리도록 높고 파아란 하늘 대여섯 장 겹구름 사이 숨바꼭질하고, 놀고 가을은 붉게 물들어 수줍은 고추잠자리 가냘픈 날개 위에 입맞추고 가을은... 가을은, 뚝 떨어진 곧은 단풍에 문득 놀라 눈 동그랗게 뜬 .. 진눈깨비 11월 말, 진눈깨비가 난분분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 한 통의 편지가 바람결에 날려 온다. 봉투에는 17만 원이 손을 호호, 한다. ‘저의 죄는 추악하지만 이 돈은 절대 부정하지 않습니다!’ 교도소보다 더 추운 겨울을 보내는 사람들... 벽과 지붕조차 없이 온몸으로 삶과 싸우는 이웃들... 외.. 설악(雪嶽)에 가자꾸나 오늘 같이 가을 우수수 떨어지는 날엔 우리, 저 맑고 밝은 그 곳 아름다움이 서러운 곳 그래, 햇살 따사로운 설악(雪嶽)에 가자꾸나 눈부신 고요에 텅 빈 사위(四圍)에 파란 하늘이, 붉게 타는 저 큰 산이 두 팔 가득 우릴 반길 때 -산은 아무 댓가도 바라지 않지만...- 우린, 그 밝음에, 맑음에 그 큰 기쁨.. 안양천에서 그믐달을 보다 먼 훗날 아리도록 한가로운 그 어떤 날 내 모습일 수도 있는, 작고 휘어진 몸으로 긴긴 겨울 떨쳐 보내고 휙, 돌아서서 봄 기다리는 꿈으로 벅찬 정월 스무 아흐렛날 해 돋은 아침 싸늘한 안양천 하늘에 높이 떠 있던, 너 못내 아쉬워 차마 보내지 못한 그리움, 애틋함에 타오르는 햇빛 속에 숨어 흐린 .. 홍시 좌판의 홍시가 졸라 맛있어 보인다. 곰상 생각이 난다. 곰상은 홍시라면 자다가도 벌떡, 이다. 그래, 바로 저거야. 내가 회심의 미소를 날린다. 집. 홍시를 보는 곰상의 입가에 군침이 흐른다. ‘당신 생각이 나서...’ 내가 곰상 눈치를 슬쩍 본다. 홍시를 먹는 곰상, 허겁지겁이다. 그래, 지금이야. 내가.. Merry Christmas! 12월 9일, 100일 휴가를 나온 이준호(보광동, 21). 들뜬 마음으로 집에 들어선다. 그런데 이럴 수가... 할머니(김정숙, 85)가 차디찬 월세 방에 혼자 앓아누워 있다. 할머닌 열이 펄펄 끌어 눈도 제대로 못 뜬다. 준호는 마음 아파할 겨를이 없다. 막노동판으로 직행이다. 3일 만에 번 15만원. 할머니를 업고 병.. 추석이 다가옵니다 감이 익어 갑니다. 밤도 익어 갑니다. 가을이 깊어 갑니다. 추석이 다가옵니다. “오빠, 몇 밤 자면 추석이야?” “응, 세 밤만 자면 돼!” 40여 년 전,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국어교과서 첫 장에 나오는 글입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배고프던 시절의 가을이었지요. 염천(炎天)을 이기고 더는 견디지 못해 터.. 글 하루에도 원고지 몇 십장씩 쓰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던 때가 있었다. 오래되지 않았지... 지금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내가 그랬던가 싶은 불면의 밤을 보낸 시절이 있었다. 왜일까... 절벽이 가슴을 짖누르고 마음의 눈을 가로막아 요즘은 단, 한줄의 글도 쓰기 어렵다. 속이 많이 상한다... 글, 마.. 이전 1 2 3 4 5 6 ··· 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