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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안양천에서 그믐달을 보다

 

먼 훗날

아리도록 한가로운 그 어떤 날

내 모습일 수도 있는,

작고 휘어진 몸으로

 

긴긴 겨울 떨쳐 보내고

휙, 돌아서서 봄 기다리는

꿈으로 벅찬 정월 스무 아흐렛날 해 돋은 아침

싸늘한 안양천 하늘에

높이 떠 있던, 너

 

못내 아쉬워 차마 보내지 못한

그리움, 애틋함에

타오르는 햇빛 속에 숨어

흐린 아픔으로 떨던, 너

 

안양천 작은 농구장 옆

병든 자장구 하나에 무거운 삶을 실은

아지매표 커피 향기에

너 딱, 걸렸다

 

근데

넌 왜 내 눈에만 보이니.

 

하늘은

하늘은 늘 푸르기만 한데...

 

 

 

淸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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