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이 익어 갑니다.
밤도 익어 갑니다.
가을이 깊어 갑니다.
추석이 다가옵니다.
“오빠, 몇 밤 자면 추석이야?”
“응, 세 밤만 자면 돼!”
40여 년 전,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국어교과서 첫 장에 나오는 글입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배고프던 시절의 가을이었지요.
염천(炎天)을 이기고
더는 견디지 못해 터져버린 밤송이는
알몸 드러난 수줍음으로
붉게 물들어 아름답고…….
추석은,
이밥에 쇠고기 먹는 날이자
양말 한 켤레라도 생겨서
좋은 날이었습니다.
지금보다 더 높고 시리도록 푸르던
그때의 하늘이 그립습니다.
빨강보다 더 진한 단풍잎 주워
마음에 담으면
온 천지가 같이 물들어 가고…….
뛰어가 품에 안길
버선발 고우신 어머님도 가시고,
얼싸 안아 뺨 비빌
어린 친구도 늙어 버린 지금,
먹고사느라 황폐한 가슴에
눈에 핏발 세우며 여유 잃어버린
황량한 내 모습이
오늘따라 서럽습니다.
황금빛 들녘이
넘실거리는 바다 되던,
그 바다에 돛단배 띄우던
코딱지 작은 마음이 아쉽습니다.
이제 추석 지나 바람 몇 번 불고
비 또한 흩뿌리면
낙엽 떨어지고, 겨울 오고…….
하지만, 님들 있음에 늘 큰 힘 얻는답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몸과 마음이 더불어 건강한
좋은 추석 보내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淸海/金大成 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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