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겁지겁 집으로 뛰어 들어 간다. 곰상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거실에 있는 T.V옆을 본다. 거기에도 없다.
이상하다. 휴대폰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화장실로 간다. 책 꽃이 밑에도 없다.
난감하다. 시간이 없다. 약속 시간이 늦었다.
아차! 머리를 때린다. 일반 전화를 걸어보면 되는 것을...
나이가 나를 바보로 만들었다.
전화를 한다. 신호음이 들린다. 왼손에 휴대폰이 꽉 쥐어져 있다.
큰일이다. 이건 분명 건망증이다. 아니, 치매인지도 모른다.
혀를 찬다. 늦었다.
엘리베이터를 탄다. B4를 누른다.
숨을 돌린다. 엘리베이터가 B4에 섰다.
아차차. 슬리퍼를 신고 왔다.
다시 7층을 누른다. 곰상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구두로 갈아 신는다.
다시 B4로 간다. 차가 없다. 급하다. 졸라리 뛴다.
B3에도 없다. B2, B1에도 차는 없다.
숨이 턱을 친다. 시간이 없다.
그랬다. 차를 1층 현관 앞에 세웠다.
현관 앞을 통과할 때 휴대폰이 생각났었다.
차에 올라탄다. 시동을 건다.
아니 걸려고 하는데 차 키가 없다.
다시 7층이다. 곰상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목이 마르다. 냉장고를 연다. 물을 마신다. 꿀꺽꿀꺽.
이제 정신이 좀 든다. 밖으로 나간다.
엘리베이터가 온다. 나는 다시 B4를 누른다.
오늘은 참 이상한 하루였다.
0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