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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日記)

낮잠

 

 

아침부터 농사지었다.

배추 모종 죽은 놈 다시 심고

토마토 뽑은 자리에 총각무 씨 뿌렸다.

졸라 힘이 들었다.

벌거벗고 늘어져 잤다.

벨이 ‘딩동’ 하고 울렸다.

잠결에 ‘누고’ 하니 ‘나’ 했다.

목소리가 곰상을 닮았다.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열었다.

어떤 여자가 쑥 들어왔다.

팔짱을 끼고 고개를 숙인 채였다.

‘웬 팬티 바람, 대낮부터... 나 그냥 갈까.’ 했다.

그리고 씩 웃었다.

나는 아무 말도 못했다.

여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여자의 눈이 졸라 커졌다.

‘어머, 어머, 어머머!’ 했다.

여자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리곤 몸을 돌렸다.

21층에 사는 여자였다.

결혼한 여자의 여동생이

얼마 전에 8층으로 이사를 왔다.

나는 7층에 산다.

난 그냥 디비져 잤다.

참 이상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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