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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나비는 꽃을 꺾지 않는다

 

 

그대로 두지 그러시는가

그래, 그 자리에 그냥 두시게

 

탐냄은 순간일 뿐 채워져 남지 않는 것을

두고 봄이 더 오래가지 아니한가

 

내리시게

아득한 시림도

아픔도

그 흔한 황홀마저도...

 

훌쩍 세월 지나

후여후여 떨치고 가다가다 뒤 돌아봄에 문득,

속삭이는 바람 있어 그 내음 날리매

터질듯 떨고 있는 깊은 곳,

그 가슴 속 후비거든

 

한 아름 작은 팔 벌려

내리고 또 비워 넓어진 그 곳

-비록 헤지고 너덜거릴지라도-

사랑자리 고요한 한 귀퉁이 그 곳에

방울방울 그리움 모아 소복소복 쌓아두시게

 

하여

구름 낮게 내려앉아 터질 듯 가슴 벌렁이는 어느 날

하녀린 하늘 소리 큰 울림으로 다가올 때

그 시큰거리는 떨림에 벌떡 일어나 겨워 취해

허허허허 너털거려도 보시게나

너털거려도 보시게나

 

여보시게

나비가 꽃을 꺾는 것을 자네는 보았는가...

 

 

130822淸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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