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두지 그러시는가
그래, 그 자리에 그냥 두시게
탐냄은 순간일 뿐 채워져 남지 않는 것을
두고 봄이 더 오래가지 아니한가
내리시게
아득한 시림도
아픔도
그 흔한 황홀마저도...
훌쩍 세월 지나
후여후여 떨치고 가다가다 뒤 돌아봄에 문득,
속삭이는 바람 있어 그 내음 날리매
터질듯 떨고 있는 깊은 곳,
그 가슴 속 후비거든
한 아름 작은 팔 벌려
내리고 또 비워 넓어진 그 곳
-비록 헤지고 너덜거릴지라도-
사랑자리 고요한 한 귀퉁이 그 곳에
방울방울 그리움 모아 소복소복 쌓아두시게
하여
구름 낮게 내려앉아 터질 듯 가슴 벌렁이는 어느 날
하녀린 하늘 소리 큰 울림으로 다가올 때
그 시큰거리는 떨림에 벌떡 일어나 겨워 취해
허허허허 너털거려도 보시게나
너털거려도 보시게나
여보시게
나비가 꽃을 꺾는 것을 자네는 보았는가...
130822淸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