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친구 집에서 저녁을 먹고 온 딸내미.
착하고 예쁜 딸내미가 고개를 갸웃한다.
예닐곱 살이나 되었을 때다.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다.
에쁜 딸, 왜? 뭐가 궁금한데...
응, 아빠. 지연이네는 참 이상해.
저녁을 먹는데 글쎄, 밥상에 소주가 없다.
걔네 집은 참 가난한가 봐, 그치 아빠.
이럴 수가... 내 가슴이 덜컹한다.
지켜보는 곰상 눈초리가 찢어진다.
딸내미 평생 소주 없는 저녁상을 본 적이 없었으니...
아빠 저녁상 = 소주 기본, 딸의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빈 소주병 팔아 쏠쏠한 재미 보며 큰 딸내미.
아빠, 이젠 몸 생각도 하셔야죠...
다 컸다. 미소가 곱다. 세월이 참 빠르다.
이른 새벽, 곰상이 부지런을 떤다.
이어, 병 부딪히는 소리가 꿈결인 양 들린다.
재활용하는 날이다. 늦게 나가면 동네 창피해서...
어머, 704호는 손님이 참 많이 오시나 봐요?
라는 인사 듣기 싫어서 꼭두새벽부터다.
착한 곰상이다. 이젠 줄여야지... 다짐을 한다.
시작과 끝 마음이 같은 하루되기를...
언제나 그렇듯, 오늘도 간절한 바램으로
새로운 하루를 연다.
07/03/10 淸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