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가, 하늘같은 남편이 교통사고라니...
그녀가 휘청, 한다. 꿈이기를... 하지만, 남편은 결국 하늘나라다.
눈앞이 캄캄하다. 그녀, 아직 꿈 많은 철부지 20대 초반.
무엇을, 어떻게, 나 혼자서... 그녀가 털썩 주저앉는다.
순간, 핏덩이가 앙앙한다. 천사 같은 딸내미다.
그녀가 이를 악문다. 그래, 악착같이 살아야지...
채소행상, 식모살이, 차 배달까지... 닥치는 대로다.
몸도, 마음도 아플 틈이 없다. 세월이 쏜살같이 흐른다.
‘여보, 당신 딸내미 내일이면 시집을 간답니다.’
들떠 신이 난 딸내미를 보는 그녀, 큰 짐을 내려놓는다.
하나, 혼자 큰 줄로만 아는 딸내미. 엄마는 안중에도 없다.
‘그래 딸아, 넌 멋있게 살아야 해, 좋은 인생 즐기렴.’
쓸쓸히 발길을 돌리는 그녀, 가슴이 허허롭다.
올려다본 하늘. 눈물처럼 별이 뚝, 떨어진다.
반지하 단칸 셋방, 차 모(86) 할머니다.
반으로 접힌 허리, 가녀린 어깨가 세월로 아프다.
단정하게 빗은 머리, 처녀처럼 이쁘다. 미소 짓는 눈이 맑다.
할머니가 옷장에서 조심스럽게 베개를 꺼낸다.
손때 묻은 낡은 하늘색 베개, 눈물로 얼룩이 졌다.
베갯잇 지퍼를 여는 할머니의 손, 거침이 없다.
할머니가 검정 비닐봉지에서 돈다발을 꺼낸다.
‘10년간 모은 돈인데... 이것 받아주겠소?’
500만 원, 돈을 받는 적십자사 직원의 손이 떨린다.
할머니의 눈에 이슬이 맺힌다. 긴 세월이었다.
할머니는 정부에서 매달 30만 원씩 생활보조금을 받는다.
어떤 봉사단체에서는 쌀과 반찬을 보내준다.
고맙다. 하지만, 이래서는 안 되지...
할머니 억장이 무너진다. 할머니가 이를 악 문다.
‘늙은 몸, 죽기 전 이 은혜 갚고 죽어야지...’
유모차에 폐지가 가득 이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이다.
하루 500원, 1,000원. 십여 년을 모은 돈 500만 원.
적십자사는, 노인과 결식아동을 위한 도시락사업에 쓰기로 한다.
‘세상에 진 빚, 일부라도 갚은 기분이야.’
할머니 주름깊은 얼굴이 미소로, 활짝 이다. 푸른 하늘이 높다.
컴컴한 반지하 셋방에 봄바람이 솔솔, 분다.
조선일보에서...
07/03/03 淸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