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日記)

골목길

 

골목길이다. 고물 리어카가 휘청거린다.

폐지며 종이박스가 가득 이다.

할아버지 허리가 반으로 접혔다.

머리에 얹힌 빵모자가 허허롭다.

눈발이 흩날린다. 세월에 줄어진 몸이 서럽다.

장갑도 없는 손이 차가운 바람에 아프다.

불편한 다리로 종종걸음이다.

뒤에서 갑자기 빵빵, 한다. 소리가 졸라 크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

검정색 우웩컥스(車)가 미끄러지듯 다가온다.

번쩍거리는 그것은 거침이 없다.

골목길이 꽉 찬다. 지나갈 틈이 없다.

리어카 할아버지가 안절부절못한다.

몇 사람이 도와서 길을 터 준다.

우웩컥스가 다시 빵빵, 하며 휙 지나간다.

순간, 창이 열리며 주먹이 하늘을 찌른다.

말인 즉, 엿 먹어라 x 새끼들아, 다.

사람들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누군가 가래를 우윀, 하고 뱉는다.

눈발이 졸라 거세게 흩날린다.



06/12/13 淸海

'일기(日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먹자골목  (0) 2007.01.05
첫사랑  (0) 2006.12.19
휴일 단상  (0) 2006.11.22
건강검진  (0) 2006.10.31
슈퍼마켓  (0) 2006.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