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이다. 주인 아지매가 이쁘다.
라면을 산다. 550원짜리 두 개다.
자다가 계산해도 1,100원이다. 근데, 이상하다.
아지매가 계산기를 두드린다. ‘얼마입니다.’ 한다.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내가 ‘산수가 안 돼요?’ 한다.
아지매가 ‘이기 미친나.’하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졸라 미안하다. 머쓱해서 밖으로 나온다.
전화가 온다. 곰상이다. 아들 전화번호를 묻는다.
휴대폰을 집에 두고 와서 번호를 모르겠단다.
내가 ‘이 곰상아.’ 하고 핀잔을 준다.
아들 번호는 012-345-6789다.
근데, 이상하게 자신이 없다. 헷갈린다.
‘기다려 봐.’ 하고 얼른 휴대폰으로 번호를 검색한다.
맞는 번호다. 혀를 차 본다.
시내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잘 아는 길이다.
차를 탄다. 습관적으로 내비게이션에 입력을 한다.
나 자신 조차도 못 믿는 불신의 시대다.
머리가 비어 간다. 똥(金) 생각만 가득 이다.
기계문명이 사람을 노예로 만든다.
훗날, 내 주인 로봇은 착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