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日記)

휴일 단상

 

휴일 오후다. 심심하다. 딱히 할 일이 없다.

곰상이 디비져 자는 척이다. 딸내미도 자기 일이다.

내가 쫑, 놀자, 한다. 딸이, 아빠는... 한다.

머쓱해서 T, V 앞으로 간다. 귀신소리가 귀를 후빈다.

소름이 끼친다. 머리가 아프다. 곰상이 한마디 한다.

그 소리 듣기 싫으면 T, V 안 보면 되지...

옳은 말씀이다. 하지만, 심심하다.

그나마 盧머시기가 안 보여 다행이다.

오락 +교양 프로그램이다. 출연진이 남녀노(老)소다.

그동안 살아온 삶의 방식을 종합 진단, 판단한다.

자고, 먹고, 싸고, 놀고, 자빠지고... 술 먹고.

지나온 날의 그것을 보면 남은 수명이 보인단다.

출연자들이 길게 늘어선다. 긴장된 표정이 역력하다.

24살 여자 가수다. 예상 수명은 80세입니다, 한다.

살아갈 날이 아직 56년 남았다. 그녀의 입이 쩌억, 벌어진다.

다음은 간드러지게 웃는, 키가 작은 여자 탤런트다.

그녀는 67살이다. 예상 수명은 71세입니다, 한다.

기계음이 무겁다. 그녀의 눈가 근육이 씰룩인다.

관객들이 우우, 늑대소리다. 남의 일이다.

그녀가 남몰래 한숨이다. 살 날이 겨우 4년이다.

난, 슬쩍 딸아이를 본다. 이쁘다. 눈에 넣어도 될 만큼...

부슬비가 추적인다. 갈바람에 낙엽이 우수수 한다.

난, 슬며시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연다.



06/11/22

'일기(日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사랑  (0) 2006.12.19
골목길  (0) 2006.12.13
건강검진  (0) 2006.10.31
슈퍼마켓  (0) 2006.10.29
귀신소리  (0) 2006.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