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 딱한 우리 여인네들!
추석 때 열라 고생들이 많았지라.
남정네 들은 탱자~ 탱자~ 하는 디
뭔 죄가 그리 많다고 여자로 태어나 이 고생이라요, 글씨~
죄라면 거시기 안 달린 죄 밖에 없는디......
그래서 오늘은 쪽은 쪼까 팔리지만
여인네들을 위한 요리 야그를 하려고 하는디.
뭐이냐, '남자로 태어나 거시기 두 쪽 달고 서리 뭔 요리라요'라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생각을 하시는 님이
혹시 계시더라도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구만유.
늙어서 쫓겨나지 않고 빌붙어 살려면 워쩌겠시유,
뭐 기냥 대충 눈치 봐 가면서 알아서 해야지라.
큰 소리 빵빵 치다가 나중에
고개 팍 숙여 버리는 경우 많이들 보셨을 텐데,
그때 가서 추한 모습 보이지 말고
미리미리 보험 들듯이 준비들 하시어,
너도 좋고 나도 좋고,
님도 보고 뽕도 따는 것이 여러 가지로 현명한 일이 아닐는지요.
거시기 야그가 나왔으니 말인데 옛날에 어머님께서 그랬지라.
'이놈아, 남자가 점잖게 있다가 주는 것이나 묵어야지,
부엌에 들랑날랑하다가는
부랄 두 쪽 떨어지기 십상이여.'라고…….
근디 그거이 아직까지 멀쩡하게 달려 있고,
유사시 언제라도 전투에 투입될
막강한 전력을 유지하고 있응게
옛말도 틀린 게 있는 것이 아닌가 모르겠소.
뭐요?
달려 있는지 없는지 막강한지 아닌지 우째 아느냐구요?
님들도, 참! 그럼 우째면 좋겄소?
각설 하고.
요리를 배우게 된 사연이 무엇 인고 하면,
90년도쯤인가,
어쨌든 건축 경기가 엄청 좋았을 때였구마니라.
젊은 객기에 잘 다니던 직장을 청산하고
건축이라고 한답시고 멋모르고 덤벼들었다는 거 아니겠소.
처음에는 기차게 짭짤 해서리
떼 부자 되는 줄 알았어라.
그때 그걸로 만족 허고 잘 굴렸어야 하는 디.
아, 사람 맴이 워디 그렇데유.
크게 한 건 더해서 떼 돈 벌겠다고 껍적거리면서
산 좋고 물 좋은 경기도 땅 어느 곳에
빌라 5개 동 40세대를 지었는디,
재수 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나, 참.
갑자기 부동산 경기가 꽁꽁 얼어붙어 버렸지 뭐유.
손바닥 탁탁 털고 나올 3~4년 동안
거짓말처럼 단 한 세대도 분양을 못 했으니 내 맴이 어땠겠어라!
숯 검댕이 다 되었지라.
집을 다지어 놓은 후 처음 일 년간은
‘지가 언젠가는 팔리겄지 뭐
지어 놓은 집이 가 봐야 워디로 가남유‘ 하면서,
위로 반 자포자기한 맴 반으로
마냥 ‘부어라 마셔라 아니 놀지는 못하리라’ 하였으나
신선놀음도 한계가 있더라, 이겁니다.
40세대를 아쉬운 대로 한 채씩
전세금 빼먹어 쓰다가 보니까
껍데기만 남게 되는데 아, 글씨!
어느 순간에 정신이 팍 나더라, 이겁니다.
곰상 생각, 애 새끼 생각, 어머님 생각에
기가 꽉 막히는 게 인생이 캄캄해지더라,
이말 이지라.
아차! 싶어서 그날로 술을 끊어 불고
맴 독하게 묵고 현장 사무실에서 자면서
음식을 직접 해먹게 되었지라.
이그, 못난 냄편 만나서 고생한 우리 곰상 생각 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려 번지는구마니라…….
그러면서 마음 비우고 주섬주섬 정리하는데
거의 2년여의 시간이 흘러버렸어라.
하루에도 닥치는 대로 2~3권의 책을 읽으며
명상, 운동, 단전호흡, 기체조 등등…….
거의 도인수준의 생활을 하였으니
그때의 짧지 않은 시간이
나에게는 참 소중한 시간이 되어 버렸구마니라.
내 평생의 인생항로에서…….
그때를 계기로
몸에 밴 생활습관들이 계속 이어져
성격이나 인생관 자체가 180도 바뀌어 버렸으니까요!
쪼까 바뀐 것이 아니라 완전히 반대로 바뀌었거든요.
지극 생각해도 감회가 새롭답니다.
돌이켜 보면 그때의 나이가 서른다섯 전후인데
그때부터 철이 쬐깐씩 들기 시작했지라.
그나마 그때부터 철이 들기 시작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어쩔 뻔했을까 생각하면 요즘도 아찔하구만유.
그래서 35세 이전에 저를 알았던 사람들은
바뀐 저를 이해하는데 쪼까 시간이 걸린다고들 하지라.
어떤 방향으로 바뀌었냐고요?
좋은 쪽으로 바뀌었응게 걱정 부 뜨러 매어도 쓰겠구마니라.
님들에게만 살짝 고백인데
저는 35세 이전엔 안 해본 것이 거의 없었어라.
요즘 생각하면 나쁘다는 것은 거의 골라서 해 봤지라.
좋게 야그 하면 자유인이었고
있는 그대로 야그 하면 들개 였고,
나쁘게 야그 하면, 이그.
나가 직접 야그 하기가 쪼까 머시기 하구만유, 하하하
우쨋든 성격이 더러워서리 시작하면 끝을 보는지라
못하는 음식이 없게 된데다
그놈의 완벽함까지 있어서랴…….
이제는 애들까지도
된장도 아빠 된장은 무엇이 달라도 다르다고 할 정도가 되었지라.
각종 요리는 말할 것도 없고
김장하기, 된장 고추장 담기는 기본이고
특히, 칼국수는 나의 특기지라.
어머님이 세상 뜨시기 전에
“이놈아, 내 죽으면 어디서 칼국수 얻어 먹냐,
차라리 니가 배워서 나중에 묵고 싶을 때 해먹도록 해라” 하시면서
그 어렵다는 안동 김(金)가의 전통 칼국수 기술을 전수해 주셨지라.
다음에 기회 있으면 맛보여 디리죠 뭐.
덤으로, 프라이 팬 다루는 기술도 환상이라는 거 아니유.
각종 부침개들이 공중에서 3회전은 기본이니,
혹여 님들도 요리 중에 힘든 것이 있으면 기빌 하소 마,
나가 성의껏 갈키 디리리다.
근디 요리를 알아서 나쁜 것도 하나 있더이다.
몰라야 주는 대로 먹고 요리 하는 사람도 힘이 덜 드는데,
나가 요리를 다 아니까 서로 피곤하다는 거지라.
해서 요즘은 어지간하면 기냥 나가 해 부런답니다.
혹시 님들의 거시기께서 정신 못 차리고
아직까지 머시기 하시드라도,
쪼까 있으면 거시기 해불 텐게 느긋하게 기다리는 아량과,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실는지요.
왜 아직까지 요리를 하는지는
님들이 더 잘 아시지 아시죠?
내가 한 요리를
맛있게 먹는 가족들의 모습 보는 즐거움이라는 것을…….
저는 지금 우리 곰상 좋아하는
닭백숙을 준비하는 중이랍니다.
인삼도 넣었냐고요?
그럼요. 인삼, 대추, 황기, 밤, 잣, 버섯, 마늘, 생강은 기본이지라.
근데 아시나요?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성이라는 사실을…….
하하하
2005/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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