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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잡기(身邊雜記)

진부령-전후치고개-하조대 자전거라이딩

1.

 

새벽 4시 50분, 알람이 디비디비한다.

소풍 전날의 설렘으로 설친 잠에 비봉사몽이다.

무사에게 콜을 하려는데 문자가 디딩한다.

‘행님, 나 일어나씅게 그리아슈...’

무사, 한해 한해가 다르다.

 

신정교의 바람이 상쾌하다.

5시 30분 정각.

해원과 수현 등이 벌써 잔차를 구겨 올리고 있다.

라이딩 전용이 된 해원의 트럭, 낯설지가 않다.

해원의 손놀림이 꼼꼼하다.

늘 고생하고 또 고맙다.

 

수현이 주섬주섬 튜브를 1인당 하나씩 돌린다.

무사 라이딩을 기원하는 김명호 회원의 성의다.

광명자전거(김명호/010-9044-5279/광명시 철산2동 89)

얼마 전에 갔을 때도 성의 있는 손길을 느꼈었다.

고마운 일이다.

뒷풀이 때 필참을 바란다.

 

6시 정각!

회장님, 비타루형님, 물고매형님, 스와니, 방가, 해원, 빽장사, 무사, 그리고 조랑말.

드디어 출발이다.

해원 트럭과 무사 승합차.

한 치의 오차나 지각도 없다.

정확한 시간관념이 좋다.

 

한참을 가던 해원의 트럭, 갑자기 좌측 깜빡이를 켠다.

목적지와는 터무니없는 방향이다.

뒤따르던 승합차 안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볼일이 있을 것이다.

길을 모른다.

오짐이 마렵나...

미친나, 등등...

결론은 사람마다 다니는 길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새벽을 여는 88도로는 뻥 뚫려있다.

한참을 달리다가 삼성중앙병원입구에서 꺼북을 끼집어 올린다.

모처럼 본 꺼북, 반갑다.

 

신록의 산과 들이 휙, 지나간다.

푸름이 좋다.

높은 하늘을 본다.

갇혀있던 가슴이 활짝 열린다.

 

7시 40분, 여주휴게소.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들도 북적인다.

먹고 살며 즐기며...

제대로 된 찰진 인생을 알게 된 때문이리라.

머릿속에 똥만 들어 있지 않는, 그런...

 

한식코너에서 시킨 소고기국밥과 닭 육개장.

차이가 없다.

같은 국물에 던져 넣은 닭고기와 소고기의 차이밖에...

 

꾸벅이는 사이에 오대산관리사무소에 도착한다.

빽장사가 자청해서 차량 2대중 1대를 운전키로 한다.

비타루 형님과 빽,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2.

 

10시.

본격적인 라이딩 시작이다.

진고개 길로 접어든다.

 

터질 듯이 싱싱한 공기가 폐부를 찌른다.

자전거를 몰랐다면....

친구보다 더 친구다운 사랑하는 우리들을 몰랐다면...

행복함이 꾸물거린다.

 

꿈결 속에 슬슬 고통이 밀려온다.

허리가 아프다.

무릎이 아프다.

숨이 찬다.

잔차에서 내리고 싶다.

 

순간, 이정표가 휙 지나간다.

정상 300m.

온 몸의 힘을 짜 모은다.

8km의 업힐이 졸라 길다.

 

하늘이 더 멀리 보이는 진고개 정상휴게소!

큰 행복이 가득한 막걸리 1짠을 찌끄린다.

 

다운힐이다.

정상에 서면 내려갈 줄을 알아야지...

손목이 저릴 때쯤 식당에 도착한다.

 

부연골 식당이 쉬는 바람에 급 변경된 처갓집토종닭 식당.

넉넉한 아지매 서너 명이 너스레로 반긴다.

전부 다 미남이시란다.

남산만한 배만 빼고는...

 

백숙을 국물 없이 찢어서 준다.

짓이겨진 감자와 고구마도 좋다.

강원도 식인갑다.

로마에 가면 로마 거시기를 따라얀다던가...

닭죽까지 넉넉하다.

푸근한 시골 인심까지 덤으로 주신 아지매들, 고맙다.

배가 띵띵하다.

 

 

3.

 

13시.

문제의 59번국도 업힐.

드디어 시작이다.

전후치 고개 정상까지 4,5km!

 

초입부터 도로의 각이 법상치가 않다.

느낌이 쏴, 하다.

문득 삼막사 업힐이 생각난다.

삼막사가 약 2km 라던가.

 

저 앞 모퉁이만 돌면...

저 앞 모퉁이만 돌면...

저 앞 모퉁이만 돌면...

약간의 평지라도 나오겠지...

 

그러나 아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어야 하는 법!

그러나 아니다.

전후치 고개는 평지나 내리막이 없다.

단지 계속되는 오르막이 앞을 막을 뿐.

숨을 쉴 틈이 없다.

 

배는 부르지...

허리는 아프지...

무릎은 쑤시지...

목은 마르지...

숨은 차오르지...

오짐은 마렵지...

 

죽을 것만 같다.

철퍼덕 주저앉는다.

힐끗 본 계곡아래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점심을 행동 식으로 하자던 비탈형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경험요소와 선견지명이 있어서였으리라.

그러나 김밥 두 줄로 넘을 고개는 아닌 것만 같다.

 

다시 일어나 보지만 마음뿐이다.

스타트가 어렵다.

차량 2대가 낙오병들을 후송하기 시작한다.

비탈형님과 빽장사, 고생 많으셨습니다.

 

정상까지 올라간 회장님, 꺼북, 해원!

참 대단하십니다.

 

한참을 쉬고 나서 다운힐이다.

올라온 만큼 내리 꼿는다.

다리가 후덜덜하다.

 

까딱 핸들 조작 잘못하면 영영, 황천길이다.

굽이굽이 계곡계곡 나 있는 길.

인간의 힘을 다시 느낀다.

현대문명의 때라고는 1%도 없다.

청정지역의 순수함을 폐부 깊숙이 채운다.

 

부연동분교를 지나 법수치임도 진입로 도착이다.

예정 시각보다 약 1시간 정도 늦었다.

비타루형님이 주섬주섬 라이딩 준비를 하신다.

그동안 운전만 하셨다.

라이딩의 갈증을 푸셔야 할 텐데...

 

법수치계곡 11km...

수리산 코스 보다가 조금 더 빡시단다.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

솥뚜껑 자라 거시기라고 퍼뜩 나서는 선수가 없다.

일단 꺼북, 해원을 확보한다.

 

내가 스완을 물고 늘어선다.

니가 가면 나도 간다, 라고...

물고매 형님도 거든다.

둘이가면 나도 간다, 라고...

스완이 몬 간다고 한다.

스완만 죄인이 되었다, ㅋ.

미안한 마음으로 비타루형님, 꺼북, 해원만 출발한다.

 

차량 팀도 하릴없이 출발이다.

어성전을 지날 때쯤 회장님이 스톱, 하신다.

맥주 1잔을 쏘신다.

고맙습니다.

계곡물을 바라보며 마시는 맥주, 일품이다.

 

라이딩 팀을 마중하러 법수치 계곡을 오른다.

깎아지른 산세에 휘돌아치는 계곡!

입을 다물지를 못한다.

 

계곡입구엔 라이딩팀들이 벌써 도착해 있다.

너무 좋았고 쉬운 코스였단다.

놓친 고기가 아쉬운 법!

다음 기회를 기약해 본다.

 

1시간여 늦은 스케줄에 하조대까지 차량 탑승이다.

그러나 하조대까지 거의 평지다.

라이딩 할 걸...

늦은 후회에 맴이 찡하다.

 

하조대콘도텔의 사장님이 반갑게 우리를 맞는다.

넉넉한 숙소와 위치가 좋다.

여장을 푼다.

 

해가 서산에 걸린다.

석양은 붉음으로 못다 밝힌 아쉬움을 태운다.

인생의 다운힐이란 생각에 시큼해 진다.

 

때 이른 하조대해수욕장.

아직 고즈넉한 분위기다.

여름을 마중 나온 몇몇들의 즐김이 있다.

늘 봐도 바다는 싱그러워서 좋다.

 

19시, 하조대횟집.

넉넉한 회와 반찬들이 줄을 서 있다.

맛있다.

즐겁다.

행복하다.

 

늦게 희관형님 내외분 도착이다.

홍어회를 잔뜩 사 가지고 오셨다.

늘 느끼는 거지만 참 고맙고 자상한 형님이시다.

 

시간이 흐른다.

추억은 쌓이고...

언젠가는 물고매형님의 고량주가 그리워지겠지...

해원의 거시기도...

하조대의 밤이 깊다.

 

 

4.

 

누가 옆구리를 쿡, 찌른다.

물고매형님이시다.

아침이 밝았다.

 

언제나 신선함이 묻어 있는 바다의 아침.

좋다.

황태와 섭해장국으로 아침을 연다.

 

약 1km의 하조대까지 라이딩이다.

사연 있어 숨어있는 듯 한 하조대!

그 웅장함에 눈이 커진다.

 

이제 물치항까지의 모닝 라이딩.

약 23km!

바다바람의 상쾌하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빠진다.

최고의 라이딩이다.

 

인생사 시릴 때마다 찾아 왔던 이 바다.

늘 같은 모습으로 있는 바다!

너가 있어 좋다.

저 멀리 설악이 보인다.

 

 

오늘 같이

가을 우수수 떨어지는 날엔

우리,

 

저 맑고 밝은 그 곳

아름다움이 서러운 곳

 

그래,

햇살 따사로운 설악(雪嶽)에 가자꾸나

 

눈부신 고요에

텅 빈 사위(四圍)에

  

파란 하늘이,

붉게 타는 저 큰 산이

두 팔 가득 우릴 반길 때

-산은 아무 댓가도 바라지 않지만...-

  

우린,

그 밝음에, 맑음에

그 큰 기쁨에

작은 몸 던지자꾸나

  

설악(雪嶽)이

가슴 가득 찬 희열로 꿈틀일 때

우린,

꿈을 안은 기쁨에 취하자꾸나

  

살며시 설악(雪嶽) 다가와

고운 손길 기쁨일 때

우린,

그 숨결에 취하자꾸나

  

한 아름 가득 벌렁거리는 가슴이,

터질듯 부푼 가슴이

저 깊은 곳에서 아리고 저려와

고운 맘 따끔거릴 때쯤

우린,

  

코찔찔이 아련한 작은 꿈들

-허허로운 것들이지만...-

고운 손으로 모아모아

허허...

설악(雪嶽)처럼 털어버리자꾸나

  

해서,

작은 가슴이 큰 희열로 꿈틀일 때

그 푸르름에,

그 붉고 맑음에

못 이겨 취한 채

작은 하늘보고 웃을 수 있는

설악(雪嶽)에 가자꾸나

 

080928 조랑말 拙作 '설악에 가자꾸나' 전문

 

 

물치항에 도착한다.

비린내 나는 항구에서 마시는 1짠의 막걸리, 좋다.

 

이제 바다와 이별할 시간.

아쉬움은 언제나 있는 법.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뒤로 한다.

 

12시.

꾸뻑이는 사이에 합강식당에 도착이다.

소문난 집이라 사람들로 북적인다.

막국수 집 현관에 걸려 있는 글귀가 가슴을 때린다.

 

‘人生如朝露(인생여조로)’

만고의 진리다.

‘사람의 생은 아침 이슬과 같다는 뜻으로, 삶의 덧없음을 비유한 말’이리라.

음미해 보고 또 해 볼 말이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하능가...

각설하고...

 

합강식당에서의 맛있는 막국수는 회장님이 쏘셨다.

맥주에 이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찌끄린 1짠에 서울까지의 거리가 짧다.

3시경 서울 신정교 도착이다.

1박2일의 정기라이딩은 이렇게 끝이 났다.

 

그러나 이 라이딩이 끝이 아니다.

저번과 이번 정기라이딩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더 좋은 라이딩이 탄생하리라.

앞으로 더욱 결속력 있는 끈끈한 한울타리의 탄생이 기대된다.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을 주신 회장님,

라이딩 기획및 길잡이,

그리고 운전까지 하시면서 너무 많은 희생을 하신 비타루형님,

맛난 홍어무침를 정성스럽게 싸오신 희관형님과 형수님,

피곤함을 무릅쓰고 운전하느라

그 좋은 1짠의 기쁨까지 포기하는 큰 희생을 보인 해원, 무사,

총무역할을 완벽하게 한 빽장사,

그리고 라이딩에 적극 협조해주신 형님들과 친구,

그리고 동생들 모두모두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끝]

 

 

 

 

‘人生如朝露(인생여조로)’

[출처] 인생여조로 [人生如朝露 ] | 네이버 백과사전

 

《한서(漢書)》 소무전(蘇武傳)〉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한(漢)나라 무제(武帝)의 사신으로 흉노(匈奴)의 땅에 간 소무는 그들의 내분에 휘말려 포로가 되었다.

항복을 거부하는 소무에게 흉노의 우두머리 선우(單于)는 “숫양이 새끼를 낳으면 귀국을 허락하겠다.”며

북해(北海) 근방의 한 섬으로 추방했다.

그곳에서 들쥐와 풀뿌리로 연명하면서도 소무는 조국에 돌아갈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나라의 명장 이릉(李陵)이 소무를 찾아왔다.

이릉은 소무가 떠난 이듬해 흉노를 정벌하려고 출전하였다가 참패하고 투항하여 살고 있었다.

이릉은 자신의 투항이 부끄러워 감히 소무를 찾지 못했으나, 선우의 명으로 할 수 없이 찾아 온 것이었다.

 

이릉이 소무를 위로하며, “자네가 이렇게 절조를 지킨다고 해서 알아 줄 사람이 누가 있는가?

인생은 아침 이슬과 같다[人生如朝露]고 하니, 정말 덧없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어찌하여 자기를 이렇게 괴롭히고 있는가[何久自苦如此]?”라고 하였다.

소무가 온갖 고생만 하다 결국 혼자 쓸쓸히 죽어갈 것을 염려한 이릉은 간곡히 권유하였다.

그러나 끝내 소무는 이릉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무의 지극한 충절에 감동한 이릉도 조용히 이별을 고하고 떠났다.

그 뒤 소제(昭帝)가 파견한 특사의 기지로 소무는 19년 만에 풀려나 한나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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