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봄.
자의반 타의반으로 강화도 생활을 마친다.
10년 동안 심혈을 기울였던 사업체다.
만감이 교차한다.
철석같은 10년의 믿음에 칼날 같은 배신이라니...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지로 구겨 넣는다.
문득, 머리를 스치는 생각들...
‘삶이란 무엇인가?’
‘運命이란 정말 타고 나는 것인가?’
‘왜, 내 인생은...’
‘四柱命理學’과의 만남이었다.
혜성같이 나타나 수년 사이에 학계를 평정한 친구가 있었다.
적지 않은 돈을 들여 근 1년여를 매달렸다.
도사라도 된 듯싶었다.
그러나 쉽게 보고 시작한 학문은 끝이 보이질 않았다.
세파에 시달리며 보낸 세월이 그러저러 7년여...
어느새 은퇴 후를 생각해야 할 나이.
노후가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상이 작아만 보였다.
이제 내일 모래가 환갑.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그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젠 이 공부가 좋다.
언젠가부터 오묘한 동양철학의 수렁에 흠뻑 빠져있다.
갈수록 어렵지만 재미있고 묘한 매력이 있다.
장차 혹세무민 하지 않고 진정한 活人의 길을 걸을 일이다.
그동안 지은 업장들을 조금이라도 씻는 길이기도 하리라.
이제 입산의 길목에 있다.
짧은 기간이지만...
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기도 하다.
경기도 안성 칠현산 자락에 자리한 수행 도량,
‘묵언(默言)마을’
작은 토굴 하나를 얻었다.
바람 따라
물 따라
산처럼 살고 싶다.
맑은 별들이 후드득 가슴으로 떨어진다.
庚寅年 三伏之節에 淸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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