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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日記)

나눔의 초대

 

 

30년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조씨.

그는 충무로에서 잘나가는 광고 사진작가다.

‘나도 아빠처럼...’ 아들 역시 웨딩스튜디오에서 꿈을 찍는다.

아들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조씨, 든든하다.

한데, 이럴 수가... IMF의 칼바람이 운명처럼 휘익, 몰아친다.

조씨, 평생을 같이해온 카메라 셔터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손을 뗀다.

운영난을 견디다 못한 아들, 뒤따라 가게셔터를 내린다.

구겨진 인화지 몇 장만이 휑뎅그렁, 구석에 나뒹군다.

‘좋은 일이 있을 거야...’ 父子는 손을 꼭 잡는다.

하지만, 불행은 떼를 지어 찾아온다 했던가...

하늘 같이 든든하던 아들이, 뇌출혈이다.

중환자실에서 재활치료까지 가족은, 울 틈이 없다.

아들은 결국, 뇌 병변 장애 1급 진단을 받는다.

빚이며 치료비가 눈덩이다. 실의에 빠져있던 조씨, 이를 악문다.

택시 운전을 시작한 조씨, 덜컥 임파선 암 진단을 받는다.

대수술에 7차에 걸친 항암치료까지, 긴 시간이 흐른다.

베갯잇에 묻은 아버지의 몇 가닥 머리칼에 가슴이 찢어진다.

누구 하나만 무너지면 모두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은 그들.

마음대로 울 수도 없는 그들은, 암담한 긴 시간을...

그들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견뎌낸다.

물 좋고 산 좋고 추억 있어 좋은 곳 강원도 산골짝.

옛터에 작은 흙집 하나 지어 새 삶을 꾸리는 조씨.

새 소리 해맑은 아침, 뜻밖에 ‘나눔의 초대’를 받는다.

 

5년 전, 제주가 좋아 무작정 제주를 찾은 송용진씨.

육지에 가족을 둔 그는, 제주 홀아비다.

작은 민박집을 운영하는 그의 꿈은 소박하다.

‘가진 자들이 주는 것은 베푸는 것이라 하지요.

없는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것, 그것은 나눔이라 합니다.‘

아름다운 나눔의 의미를 이해하는 주변 지인과 카페회원들.

그들은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나눔의 초대’에 동참한다.

그들은 사연 접수를 통해서 모실 분을 선정한다.

2박 3일의 일체의 여행경비 제공 및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의 정, 그리고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드린다.

아름답고 평범하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 중에서

제주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분들을 위한 ‘나눔의 초대’.

5년여를 이어온 ‘나눔의 초대’는 앞으로도 쭈욱, 계속된다.

나눔의 마음 있어 좋은 싱그러운 제주 나.미.송엔

오늘 밤 사랑의 봄비가, 꿈결처럼 내린다.■

 

 

 

카페 ‘나.미.송. 머무는 곳’에서...

2007/05/14 淸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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