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속절 없는 가을은 가고

淸海 김대성 2006. 11. 7. 07:22

 

 

황홀(恍惚)이 어른거리는 염천의 여운이

귀뚜라미 소리에 비틀거릴 때

이긴 달콤함에 젖은 자리에

-그냥 간 것이지만 -

용케 비집고 들어온

그래, 

그 이름은 가을이었다.


가슴도 모르는 새 슬며시 와버린

속절없는 가을이

마음 깊은 곳 후려치고 찌르고

제멋대로 하고

상처뿐인 작은 가슴 여미지 못한 흔적들 두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낙엽 따라갈라치면

못내 아쉬워 보내지 못한

한 가닥 연민의 끈

죽어도 못 죽은 그 숱한 사연이

마지막 잎새의 창가(唱歌)인 양

어느새 젖은 여린 고독 되어

기러기보다 더 먼 길 떠나는 애잔함 모아

홋홋한 마음에 채워 보낸다.


철없던 뜨거운 젊음을

그 큰 망설임으로 하여

찬바람 막지 못한 채

힐금거리는 겨울에 내주고

비틀거리며 길나서는 비 젖은 가을이

아픔에 절은 흐느낌 되어

창살에 갇힌 바보처럼 소리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