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海 김대성 2006. 10. 6. 23:44

 

추석이다. 형제, 자매들로 북적인다.

오랜만이다. 정이 오간다. 사람 사는 집 같다.

모든 게 넉넉하다. 한가위만 같아라.

좋은 저녁이다. 저녁상을 물린다.

T, V앞에 둘러앉는다. 영화가 시작된다.

남자가 형사다. 이가 삐죽 나온다.

흡혈귀다. 졸라 재미있다.

슬슬 영화에 빠진다. 남자가 여자를 만난다.

둘은 차에 탄다. 남자가 여자를 본다.

여자가 꼬리 눈이다. 남자의 목젖이 꼴깍, 한다.

남자가 여자를 덮친다. 놀란 여자가 뿌리친다.

아니, 뿌리치는 척 한다. 여자가 남자를 감싸 안는다.

남자가 여자의 치마 밑으로 손을 넣는다.

여자가 고개를 젖힌다. 눈이 반쯤 감긴다.

애들이 줄줄이다. 3대가 같이 T. V를 본다.

남자가 헐떡, 한다. 아이들이 꼴깍, 한다.

시아버지가 어험, 한다. 며느리가 민망하다.

며느리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얼굴이 뜨거워 진다.

며느리가 설거지하는 척 했다, 재작년까지는...

매년 내숭도 힘들다. 며느리도 내공이 쌓인다.

올해다. 비슷한 영화다. 방송사에서 고르고 그른 영화다.

시아버지가 어험, 한다. 며느리가 시아버지를 쓰윽, 본다.

매년 같은 상황이다. 또 피해야 하나?

내성이 쌓인다. 시아버지도 딴청이다.

에라, 며느리가 모른 척이다. 내가 껄떡, 하다가 만다.

좋은 세상이다. 시아비지가 웃는다.

며느리도 웃는다. 애들도 웃는다.

같이 웃는다. T. V가 좋은 세상을 만든다.

난 T.V를 때리 부신다. 마음속으로...

추석의 밤이 깊다.



06/10/06 淸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