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海 김대성 2007. 2. 17. 20:17

 

 

섣달, 그믐밤이 저문다. 내일이 설이다.

그 시절 그때, 코딱지 어린 맘이 꿈결로 그립다.

떡치는 소리, 개구쟁이 웃음소리에...

사람 사는 맛이 나는 날, 명절이다.

구멍 난 양말이 새 양말로 바뀐다.

겨우내 입던 내복, 땟국을 벗는다.

설빔 받은 어린 맘, 구름 없는 하늘이 높다.

묵은세배로 바쁜 밤, 송구(送舊)의 맘이 차분하다.

어른께 일 년 잘 보낸 고마움을 드린다.

동네 골목골목이 세배꾼으로 붐빈다.

인정과 덕담이 오가는 그믐의 밤이 깊다.

설날 아침, 복조리가 새벽을 연다.

희망의 태양이 힘차다. 맘마다 새로움이다.

새 옷 입을 꿈에 부푼 코딱지 작은 맘, 긴 밤이 짧다.

꼬막 손 고양이 세수, 쩍쩍 달라붙는 문고리가 아프다.

차례를 지내는 마음이 경건하다.

새로운 해가 밝았음을 조상께 고(告)한다.

모처럼 떡국 이밥에 쇠고깃국, 진수성찬이다.

어젯밤 다닌 길, 새로운 맘으로 세배 길에 나선다.

덕담이 새롭다. ‘건강하세요.’가 아닌 어른의 말씀이...

코딱지 작은 손이 세뱃돈으로 철철, 이다.

양지 녘 햇살 따스한 곳, 누렁이가 한가롭다.


산길 들길 돌고 돌아 쓰러져 품에 안길

버선발 고운 님, 어머님도 가신 지금...

세발자전거 잃어버린 다섯 살 그날처럼

울다 지쳐 잠이 든 길었던 그날처럼...

두고 온 먼 고향, 남쪽 하늘 바라보는

코딱지 작은 맘이, 꿈결처럼 서럽다.




07/02/17 淸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