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日記)
간절 곶
淸海 김대성
2007. 2. 3. 00:17
울산 바닷가 간절 곶. 등대 하나 외로운 곳.
해돋이 명소인 그곳에 소망우체통, 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그리움과 소망의 메신저다.
보내는 사람의 주소만 있는 엽서, 사연들...
파도가 일렁인다. 바닷바람이 볼을 엔다.
임 자(67)씨다. 글을 쓰는 그의 손이 떨린다.
‘50년을 가슴에 묻어뒀던 그리운 누님...’
뜨거운 눈물이 언 볼을 적신다. 찬바람에 손이 곱다.
‘어려운 시절 꿈을 주시던 천사 같은... ’
작은 엽서에 그리움의 눈물이 뚝뚝, 이다.
가난 때문에 고교 진학을 포기했던 소년.
소년은 울산, 부산을 오가는 시외버스 조수였다.
유상금 누님은 버스안내원 즉, 차장이었다.
기름때 묻은 거친 손을 꼭, 잡아 주시던 누님.
넌 할 수 있어. 희망을, 꿈을 이루어야지.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힘을 주시던 누님.
누님은 없는 돈을 쪼개서 책이랑, 용돈까지다.
피붙이도 아닌데... 소년의 눈에 눈물이 가득 이다.
소년이 이를 악문다. 그래, 꼭 시인이 될 거야.
야간 고, 명문대를 나와 사업으로 성공한 임씨.
등대지기 소녀 등, 누님을 향한 시가 여러 편이다.
‘누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그립습니다.’
임씨가 눈물로 얼룩진 엽서를 우체통에 넣는다.
일흔을 넘겼을 누님, 어디에 계시는지...
임 자씨가 겨울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간절 곶엔 그리움의 파도가, 구름처럼 밀려온다.
경향신문에서...
07/02/03 淸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