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日記)
찐빵
淸海 김대성
2007. 1. 17. 15:07
겨울 날씨가 봄처럼 따뜻하다. 벽제 용미리다.
어머님이 계신다. 지척(咫尺)인데 자주 찾지 못한다.
자애로운 님의 미소가 꿈결인양, 그립다.
마음을 두고 집으로 가는 길. 찐빵 집이 있다.
‘신나는 찐빵’ 집이다. 갈 때마다 들르는 단골집이다.
주인이 총각이다. 찜통에서 김이 무럭무럭 오른다.
만두도 졸라 맛있다. 실내에는 시설이 없다.
작은 가게다. 사람들은 음식을 차에서 먹는다.
차가 씽씽, 달리는 시골 길, 큰길가다.
차를 세울 곳이라고는 건물 앞, 공터밖에 없다.
가끔 차를 못 세워 그냥 지나칠 때도 있다.
바로 옆 구멍가게 앞은 늘 텅 비어 있다.
빵집 앞보다 넓다. 하지만, ‘주차금지’다.
낡은 의자, 타이어 등이 삶처럼 어지럽다.
총각이 머리를 흔든다. 멱살잡이까지 했단다.
안타깝다. 형제보다 가까운 것이 이웃사촌인데...
한데, 오늘은 공터가 넓다. 주차금지가 없다.
구멍가게 앞까지 거침이 없다. 탁, 터져 있다.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내가, 어떻게... 한다.
총각이 씩, 웃는다. 해 맑은 웃음이 싱그럽다.
총각이 턱짓으로 창문을 가리킨다. 내가 씩, 웃는다.
작은 종이에 쓴 예쁜 글씨가 수줍음으로 곱다.
‘생수나 음료수는 구멍가게를 이용하세요!’
오늘따라 찐빵이 졸라 더 맛있다.
07/01/17 淸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