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時調)

당선 소감

淸海 김대성 2006. 11. 28. 16:47
<당선 소감>



 하얀 밤이 흐느적이며 지나간 자리에, 흐트러진 머리 불쑥 들이미는 무표정한 새벽이 소름끼치도록 싫었다. 밤은 밤대로 새벽은 또, 새벽의 그것대로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시간과 공간이 그대로 멈췄으면 하는 바람뿐인 불면의 나날이 있었다.

 그 忍苦의 세월을 이길 수 있게 해 준 것이 바로, 글이었다. 글을 쓰고 있을 때 내 영혼은 자유로웠고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글은 마음의 안식처였고 나를 지켜주는 든든한 담장이기도 했다.


 ‘등단하는 날은 흠뻑 취해도 흉이 아니다.’ 수상 소식을 전해들은 존경하는 文友가, 이젠 한 줄의 글에도 책임이 따른다는 의미 있는 충고와 함께 해준 따뜻한 축하의 말이다.

 신인상 당선 소식에 기쁨보다 가슴 서늘한 전율이 앞선다. 어쭙잖은 글이 높게 평가된 것 같아 深이 부끄럽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알기에 신인상 수상의 의미가 더 큰 무게로 다가온다. 채찍으로 알고 매진할 일이다.


 늘 격려와 용기 주신 김희정 교수님과 이재성 박사, 그리고 주위의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돈 버는 소질 없는 남편 묵묵히 지켜봐 준 착한 곰상과 의젓하고 예쁘게 자라 준 제진, 혜정에게 깊은 사랑을 보낸다. 아울러, 창작의 끈을 놓지 않게 기회를 주신 시조문학사와 拙作을 높이 평가해 주신 심사위원께 진심으로 고마운 말씀을 드린다.


 현란한 잠자리의 군무가 수줍은 코스모스를 희롱한다. 그 정겨운 모습에 취해 참새 쫓던 허수아비가 양팔 벌리고 춤을 춘다. 갈바람이 싱그럽다. 오늘따라 하늘은 한없이 높고 푸르기만 하다. 가을이 더더욱 가까이 다가온다.